강남 미슐랭 1스타 파인다이닝 무오키 디너 코스 식사 후기
올해 우리 부부에게는 축하할 일이 많았다.
한 해를 그냥 보내긴 아쉬워 모처럼 미슐랭 파인다이닝에서 한 끼 식사를 하기로 했고,
가보고 싶던 미슐랭 다이닝 중 그나마 예약이 가능한 곳이 <무오키>라 별 생각 없이 무오키를 예약하게 됐다.
사실 모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밍글스 정도는 가보고 싶었는데
연말 미슐랭 레스토랑은 하늘의 별따기인 듯. 자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식사를 1월로 넘기고 싶지는 않고 음식점 예약에 모든 에너지를 붓고 싶지도 않아서
깔끔하게 예약 가능한 무오키에서 식사하기로 결정!
무오키
12:00~15:00, 18:00~22:00
*일요일 휴무
강남구청역에서 도보 5분,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무오키
무오키는 강남구청역에서 도보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있다.
차를 가져갈까 하다가 연말에 이 동네를 운전하기는 자신이 없어 지하철을 탔는데,
나름 추천한다.
막히지도 않고 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았다.
좋아하지 않는 발렛주차를 맡기지 않아도 되어서 이 또한 좋았음!

무오키는 건물 2층에 위치해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바로 음식점 입구에 도착했다.
비 오는 날이라 직원들이 우산과 코트를 받아주었고, 내 자리로도 안내해주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놀랐다. 테이블도 한 10개 있었나..
오픈 키친이 보이는 바, 그리고 계단 위로 올라가는 위쪽 공간도 있었는데, 우리는 일반 테이블에 앉았다.
공간은 넓지 않아도 층고가 높아 개방감있고 답답하지 않았다.
무오키 디너 코스 메뉴 / 인당 26만원+

무오키 코스의 가격은 인당 26만원.
여기에 트러플, 음료나 와인페어링 추가 시 금액이 더 붙는다.
우리는 나와 남편 모두 트러플을 추가했고,
음료도 와인 한 잔과 논알콜 스파클링 티 한 잔을 별도 주문했다.

따뜻한 물수건. 이 물수건을 받으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내 손이 뽀송뽀송해지는 느낌.
바에서 혼자 식사하는 분, 친구끼리 온 분, 대가족이 함께 온 분.. 손님 구성도 다양해보였다.
그럼 코스를 시작해볼까?
1. 웰컴 디시

웰컴디시로는 비트, 콜리플라워, 초리조, 그리고 얼그레이 티가 제공되었다.
나는 원래 사람들이 비트, 콜리플라워를 무슨 맛으로 먹나 할 정도로 이 두가지 재료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웰컴디시 플레이트에 있는 비트, 콜리플라워는 둘 다 꽤 맛있었다. 손으로 집어 한 입에 먹기도 딱 좋아 심플한 애피타이저로 제격이었다.
2. 송어

사워크림소스 위에 얹은 송어도 싱싱하고 쫄깃해 식감이 재밌었다. 맛도 괜춘!
3. 토마토

세 번째 코스는 전체 메뉴를 통틀어 내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느낀 코스, 토마토 9th 였다.
토마토의 맛이 이토록 다채롭고 맛있을 수 있다니!
게다가 함께 나온 치즈를 잘라 함께 먹으니 달콤한 토마토의 맛이 또 한번 업그레이드됐다.
남편도 토마토가 이렇게 맛있는 식재료인 줄 몰랐다며 극찬.
다른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하고 개성있고 인상적인 메뉴여서 마음에 쏙 들었다.
4. liver toast / 토스트

리버 토스트는 닭의 간을 이용해 만든 토스트라고 한다. 아래 페스츄리의 바삭한 식감과 토핑처럼 올린 간의 살짝 꾸덕한 식감이 잘 어울렸다.
게다가 간의 향도 세지 않고 적당히 고소해 맛있게 잘먹었다.
다소 실험적으로 느껴졌지만, 이 실험도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이 때쯤 우리가 주문한 음료가 나와서 함께 다시 찍어 봄.
5. 고구마

다섯 번째 코스는 고구마를 이용한 요리다. 사실 나는 전체 코스 중 이 고구마 코스가 가장 worst였다.
직전의 토마토, 리버 토스트가 워낙 맛있고 인상적인 것도 있었고,
내가 개인적으로 고구마를 엄청 좋아해서 고구마의 맛을 잘 구별하는데
이번 메뉴는 고구마 원 재료의 맛보다 오히려 맛이 없었다.
갓 구워낸 일반 고구마가 이 메뉴보다 훨씬 맛있고 가격도 저렴했을 것 같다.
가끔 이렇게 아주 맛있는 원재료로 원재료보다 덜한 맛의 요리를 만드는 경우가 있더라.
물론 맛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원재료 대비 맛이 만족스럽지 않아 아쉬웠다.
6. 브란지노

브란지노 생선 밑에는 얇고 작게 썬 배추가 들어있다.
이 배추와 생선을 함께 먹으니, 고소하고 부드러운 생선, 그리고 아삭한 배추의 조화가 느껴졌다.
7. 무오키 에그
무오키에그는 무오키의 시그니처 메뉴인 듯 하다.
달걀처럼 생겼지만 달걀이 아니다. 반을 잘라 안을 보면 무스가 나오는데, 이 무스는 닭가슴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버섯의 향과 양파향, 그리고 닭가슴살 맛이 아주 부드럽고 크리미하게 섞여 개인적으로 맛있게 먹었지만
꾸덕하고 부드러운 크리미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조금 느끼하다고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8. 클렌저

본격적인 메인 음식으로 들어가기 전, 입맛을 한 번 씻어내는 차원으로 클랜저를 준다.
맥주 모양의 컵에 담겼지만 실상은 시원한 티다. 살짝 라임 향이 나 입 안을 리프레시하기 좋았다.
9. 한우

한우는 고기 한 덩이와 당근이 함께 나왔다.
고기는 미디엄웰던으로 요청드렸는데, 딱 내가 원하는 굽기로 구워져 식감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기의 양이 너무 적다고 느꼈고..
당근이 고기 한 덩이만큼이나 클 필요는 없어보였다.
플레이팅은 아름답지만 양은 조금 아쉽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10. 소르베

이제부터는 디저트 타임. 첫 타자인 소르베는 시원하고 상큼한 라즈베리 향. 접시가 아주 차가워 아이스크림을 시원하게 유지해주었다.
11. 키위와 배

그 다음으로는 키위와 배를 이용한 디저트가 나왔다.
아이스크림, 무스, 다쿠아즈가 차례로 있는데
과하게 달게 느껴져던 다쿠아즈를 제외하고는 아이스크림, 무스 모두 맛있었다. 🙂
12. Petit four with 커피/티

마지막 디저트도 흥미롭다. 나무 수저 위에 있는 오렌지 색깔의 디저트를 입 안에 넣으면 톡 터지면서 초콜릿 향이 입 안 가득 퍼진다.
분명 입 안에 들어가기 전에 터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첫 시식 땐 입에 넣기도 전에 터뜨려버렸다.
먹기는 좀 불편했지만 맛은 있었으니 만족하는 걸로!

디카페인 커피와 함께 즐기니 금상첨화로군.
이 날 우리가 낸 금액은 62만원 선.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직원이 코트와 우산을 돌려준 후 따뜻하게 가시라며 핫팩을 하나씩 손에 쥐어주었다.
직원이 친절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춥고 비오는 날씨에 핫팩을 손에 쥐니 다시금 그 친절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비즈니스 목적의 친절이 드러나기는 했지만..ㅎㅎ
그래도 목적이 어떻든 유형이 어떻든 친절한 게 최고지.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전체 식사 경험 중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우면 레스토랑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게 남으니까.
그런 면에서 무오키의 친절함은 음식에 대한 기억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었다.
전체 식사를 끝내고 best 메뉴로 우리 둘은 모두 토마토 디쉬를 꼽았다.
worst로는 나는 고구마를, 남편은 한우를 선택했다.
이유는 나는 고구마 원재료가 더 맛있게 느껴져서, 남편은 한우의 양과 굽기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지만 결론적으론 둘다 전체 만족도가 높았다.
연말에 둘이 연애할 때처럼 미슐랭 파인다이닝을 찾아오니 기분내기 참 좋네.
기념일이거나 분위기 좋고 맛있는 미슐랭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무오키>도 한 번 고려해보시길!
*캐치테이블에서 예약 가능(타 미쉐린 레스토랑보다 예약이 조금 수월한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