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주전쟁 솔직 리뷰 킬링타임용으로 괜찮네
정말, 정말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뭔가 보고싶은 영화가 있어서 영화관에 간 건 아니고,
그날 따라 너무 스트레스가 크고 영화관 냄새를 맡으면 좀 기분이 정화될 것 같아서
영화관에 들어가서 시간 맞는 영화 티켓을 무작정 샀다.
마침 20분 뒤 쯤 <소주전쟁>이 시작된다길래,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 채 팝콘을 사서 영화관으로 입장!
혼자 먹을 팝콘을 참 많이도 샀네..? 이걸 영화보면서 나 혼자 다 먹었다는 게 다시 생각해도 놀랍다.
요즘 영화관 풍경은 참 생경하다.
평일인 걸 감안하더라도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래서인지 직원도 안보이고, 매점에도 사람이 단 한 명 뿐이다.
영화 상영시간이 안내되는 보드도 단 한 개도 없다. 모두 모바일로 각기 예약하니까 아예 대부분의 표나 보드를 치워버린 것 같다.
팝콘은 스위트, 갈릭 반반을 주문했고 탄산 한 잔이 포함된 싱글세트를 구매해 바로 입장했다.
기분낼 겸 티켓(?)도 한 번 찍어보고.
너무 라떼 얘기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영화 티켓이 이렇게 영수증 형태가 아니라 약간 두꺼운 종이 티켓이었다.
그 영화 티켓에는 영화 이름, 시간이 적혀있었고 티켓 색깔도 다양했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여러 영화관을 다니며 티켓을 모았더랬다.
심지어 아직도 그 티켓 모은 콜렉션이 있다. ㅎㅎ
언젠가부터 영화관들이 원가절감 차원인지 뭔지 이렇게 영수증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티켓을 모으는 즐거움도 사라져버렸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
영화 소주 전쟁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대한민국 국민 소주가 무너졌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독보적인 맛으로 전국을 평정했던 국보소주가 자금난에 휘청거린다.
이 타이밍을 눈여겨보던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직원 인범(이제훈)은 국보소주 매각을 위해 회사에 접근하고,
국보소주가 곧 자신의 인생인 국보그룹의 재무이사 종록(유해진)은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스마트한 인범에게 오롯이 의지한다.
한평생 몸바친 회사를 지키려는 종록과, 회사를 삼키려는 목표를 숨기고 종록에게 접근한 인범.
서로 다른 목적의 두 사람은 소주 하나로 점차 가까워지는데….
소주 전쟁은 이제훈, 유해진 등이 나오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다.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었고, 우리나라가 힘들던 시절 우리나라 대표 소주 브랜드를 외국 기업이 사가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액티브하게 그려냈다.
유해진은 가족보다 회사에 더 충성하는, 선하고 의리있는 소주회사 직원 역할을 맡았다.
이제훈은 외국 자본의 대표 격 인물을 연기한다.
전체 줄거리야 딱 저 위에 소개한 내용이 전부이고, 내가 느꼈던 생각을 좀 풀어보자면..
1. 생각보다 이제훈 영어가 괜찮다.
영어나 일본어 대사가 나올 때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배우들이 있더라. ㅋㅋㅋ 솔직히 내가 이제훈 배우를 참 좋아하긴 하지만서도 영어는 기대하지 않았다.
아니, 외국계 자본 대표 격인데 어떻게 영어를 소화하시려고? 라는 생각이 살짝 있었던 것 같다.
워낙 잘 못하는 연기들을 봐왔으니까.
그런데 완전 착각이었다! 이제훈 영어가 잘 들리고 되게 또렷했다.
게다가 말로 표현하는 내용을 표정에도 잘 담아서 진짜 괜찮은 연기가 나온 것 같다.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이제훈 님!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2. 유해진 역할은 너무 드라마다.
회사생활 10년 넘게 해보면서 여러 직장에서 일해봤지만 저런 사람은 못봤다. ㅎㅎㅎ
다 개인 꿍꿍이로 점철된 임원들만 높은 자리에 앉아있다.
내 안 그런 사람을 못 봄. ㅋㅋㅋ
그러기에 높은 자리에 올랐음에도 회사와 직원을 걱정하는 유해진 역할은 참 와닿지가 않았다.
물론 그의 연기는 훌륭했지만(너무나 서민적인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냈다)
그냥. 그 극본 자체가 좀 너무 드라마였다고요. ㅋㅋ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3. 흔한 일들을 흔하게 풀어내서 더 리얼하다.
사실 저런 일들은 오늘날에도 많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약간 스포이긴 하지만 중간에 로펌 사람들도 간잽이처럼 못된 짓들을 하는데,
이것도 너무 현실적이다. 그래서 슬픔. ㅎㅎㅎ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유해진의 역할을 제외하곤 구구절절 현실을 참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러닝타임이 짧다.
러닝타임이 104분 정도로 꽤 짧다. 앞에 10분 광고시간이 붙는 걸 고려해도 2시간 안에 모든 광고+영화를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너무 지루하지도 않고 너무 짧지도 않아 그냥 킬링타임으로 소비하기엔 괜찮은 컨텐츠 같았다.
5. 역시나 예상되는 K엔딩.
마지막에 서로 섭섭하거나 할 말 있었던 것들은 훌훌 털고 소주 한 잔 기울이는 모습은 뭐, 이미 제목을 보면서 예상했던 바다.
한국 영화 엔딩이 그렇지 뭐. ㅎㅎ
억지스러운 애국 코드는 그래도 좀 적었다.
뭔가 기억에 남는 영상이나 대사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니 영화관이 주는 그 몰입감이 참 정겹게 느껴지면서 좋았다.
머리 아플 일 없고, 감정을 마구 소비할 일 없이, 그냥 편안하게 드라마 한 편 보고 나오기에는 좋은 영화였던 듯!
다음엔 무슨 영화를 볼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