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창덕궁 근처 비원손칼국수 여기가 김치 맛집이네
북촌 한옥마을을 혼자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다보니 어느덧 창덕궁 근처다.
이 근방에서 식사를 하면 좋을 것 같아 주변을 돌아보던 중, <비원손칼국수>라는 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이 오래되어보이고 창덕궁의 분위기와 전통 칼국수집이 잘 어울리는 조합인 것 같아 나는 무작정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평일 오후 2시 반.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때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덕분에 나같은 혼밥러들도 4인 좌석에 앉아 편히 식사하고 있었다.
나도 4인 좌석으로 안내해주셔서 넓은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비원손칼국수
비원손칼국수는 창덕궁 비원 돌담 건너에 위치해있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평소에는 예약이 필요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매장 내부는 꽤 넓직하다.
소파좌석, 테이블좌석, 2-3인 자리, 단체 자리 등이 모두 있어 모임을 하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비원손칼국수 메뉴
비원손칼국수의 메뉴는 칼국수, 막국수, 만두전골 등이고 굴전, 메밀전병, 문어 등도 있다.
대표 메뉴인 칼국수는 한 그릇 당 1만원. 양이 더 많은 곱빼기를 주문하면 2천원이 추가된다.
나는 칼국수 보통 한 그릇을 주문했다. 굴전도 먹고 싶었지만 혼자 먹으면 분명 대부분 남길 것이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칼국수만 선택!
손맛 느껴지는 김치와 손칼국수
음식을 주문한 뒤 테이블에 있는 김치 그릇에서 배추김치와 부추김치를 조금씩 접시에 덜었다.
사실 칼국수 집이 맛집인지를 가르는 기준은 김치 맛이다. 그만큼 칼국수 집 김치 맛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함.
일단 김치 색깔만 보면 빨간 양념이 적어 내가 기대하는 칼국수집 김치와 비슷한데.. 맛도 괜찮을까?
아.. 여기 김치를 먹고 나서 알게 됐다. 내가 제대로 된 김치 맛집에 왔다는 걸!
배추는 뽀독뽀독 아삭아삭하니 아주 식감이 좋고, 살짝 덜익은 듯 싱겁다.
그러면서도 매콤한 맛이 나는 게 진짜 맛있더라.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데려가던 칼국수집 김치, 딱 그 맛이다!
남기는 김치가 많으니 먹을 만큼만 담으라는 문구를 보면서도 김치 맛에 홀려 계속 김치만 먹고 있던 그 때,
칼국수도 나왔다.
칼국수 면은 손칼국수 치고 두께와 굵기가 상당히 균일하다.
내가 기대한 손칼국수는 면발의 굵기가 서로 다른, 진짜 투박한 손맛이 느껴지는 그런 국수인데 이건 기계에서 뽑아낸 것처럼 면발이 고른 편이어서 신기했다.
면발을 먹기 전에 국물부터 한 스푼 떠 마셨더니, 정말 깊은 맛이 우러났다.
칼국수에 들어있는 애호박 양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식감 좋고 맛 좋은 고기 고명이 많이 올라가 국물의 깊은 맛을 더 살렸다.
어떤 블로그에선 양이 적다고도 하던데 웬걸, 내 그릇엔 내 기준 국수 양이 엄청 많았다.
먹고 또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양을 보며 곱빼기를 주문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칼국수도 칼국수지만 김치가 이렇게 맛있기 있기 없기?
엄마 아빠 모시고 오고 싶은 그런 맛이었다.
비원손칼국수에서 옛날 좋은 추억이 떠오를만큼 맛있고 의미있는 김치와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을 먹은 뒤 낸 금액은 단돈 1만원.
세상 물가가 다 올랐어도, 비원손칼국수에선 이렇게 뜨끈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손칼국수를 단돈 1만원으로 먹을 수 있구나.
새삼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에도 또 올 의향, 있다!
강남 쪽에서는 이처럼 입맛에 잘 맞는 김치, 칼국수는 찾아보기 힘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