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박인양 교수님 제왕절개 오전 수술 출산 후기_2편
제왕절개 출산 후기 첫 번째 포스팅은 아래 글 참조!
위 글에 이어, 이번에는 제왕절개 오전 수술 당일 후기를 기록해본다.
0. 수술 당일 날 – 오전 수술 전 준비 사항
- 05:00 관장
- 05:30 혈압 검사
- 08:40 소변줄 꼽기
- 09:00 회진
수술 전날 밤, 한 팔에 링겔 주사를 꼽고 딱딱한 병원 침대에 누워 겨우 잠을 청했다.
이 때 나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한시라도 빨리,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막달이 될수록 몸이 너무 무겁고 여기저기가 아파 얼른 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관장
한참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 5시에 간호사가 들어와 관장을 해주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할 때는 항문으로 관장약을 주입한다.
원칙적으로는 약을 넣고 최소 5~10분 이상은 참았다가 변을 봐야 하는데, 관장약 효과가 엄청 세서 일단 약을 넣으면 단 몇 분을 참기도 쉽지 않다.
첫째 입원 때도 관장할 때 남편이 “혹시 민망하면 나 잠깐 밖에 나가있을까?”라고 했지만 호기롭게 “아냐 괜찮아. 민망할 일이 뭐가 있겠어.”라고 답했다가..
3분도 못 참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바람에 자못 민망한 상황이 연출 됐었지..
괜히 관장에 “굴욕”이란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관장은 약을 넣을 때도, 참을 때도, 화장실로 달려갈 때도 늘 민망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관장시간에 남편에게 꼭 나가있으라고 하려고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관장을 새벽 5시에 하는 바람에 남편은 누가 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보호자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민망한 상황을 들킬 걱정일랑 넣어두고 편히 관장을 받은 다음, 이번에는 아예 화장실로 가서 변기 옆에 서있었다.
역시 내 힘 없는 몸은 2분도 참지 못한 채 변을 배출해버렸고,,
간호사 분이 “너무 짧게 참으셨네요. 재관장할까요?”라고 물어보셨지만 “아뇨, 안할래요.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요 뭐.”라며 단호하게 거부해버림.
소변줄 꼽기
관장이 끝나고 나서는 소변줄 꼽기의 고통이 시작됐다.
예전, 강남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있을 땐 능숙한 간호사가 소변줄을 한 번에 꼽아줬었고
첫째 땐 박인양 교수님께 따로 요청을 드려서 하반신 마취 이후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소변줄을 꼽았다.
그런데 그 때 박 교수님이 “사실 마취 후 소변줄을 꼽는 건 좋은 방식이 아니에요. 추천하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셔서.. 이번에는 교수님과 의료진의 판단을 믿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마취 전 소변줄을 꼽기로 했다.
문제는 간호사가 소변줄 꼽기를 두 번이나 실수했다는 것.
딱 봐도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간호사 분이 들어와서 내 몸에 소변줄을 꼽았는데,
뭔가 계속 잘 되지 않는다며 두 번이나 소변줄을 몸 속 깊이 넣고 마구 쑤셔댔다.
내가 아프다고 소리를 꽥꽥 질러도 “잘 안되네요. 이상하다..” 이 얘기만 하고 계심.
너무 불쾌하고 아파서 “뭐가 문제예요, 제 몸이 이상한건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뇨, 제가 잘 못하는 거예요..“란다.
나는 바로 다른 선생님을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곧이어 좀 연차가 있는 듯한 간호사 두 분이 들어오셔서
심호흡을 하라고 하더니 한 번에 소변줄을 잘 꼽아주셨다.
두 번이나 깊이 소변줄을 잘못 꼽은 게 신경쓰여서 혹시 방광 쪽과 더불어 자궁 쪽에도 무리가 간 건 아니냐고 묻자 이 간호사 분은 아기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씀해주셨다.
이후로 나는 그 실수한 젊은 간호사분이 못 미더워서 링겔 주사를 교체할 때도 다른 선생님을 불렀다.
하.. 누구나 실수할 수는 있지만 간호사분들은 일이 사람의 몸, 통증과 직결되니 실수를 줄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변줄 세 번 만에 꼽은 건 너무했다 진짜로..!
소변줄이 잘 꼽혀서 그런지 이물감이나 불편함이 더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만삭 때 방광이 눌려 엄청나게 자주 가던 화장실을 당분간 가지 않을 수 있어서 편한 부분도 있었다.
회진
박인양 교수님은 수술 전 회진을 하시면서 평소처럼 시크하게 “두려우십니까?”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아뇨, 전혀요.”라고 말씀드렸고, 박 교수님은 “그럼 수술실에서 뵙겠습니다.”라며 쏘쿨하게 돌아가심.
1. 수술 당일 날 – 수술 후기
하반신 마취 후 출산
수술 시간 한 시간 전, 나는 등이 뻥 뚫린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경건한 마음으로(!) 수술을 기다렸다.
수술 시간 30분 전, 직원 두 분이 병실로 들어와서 나를 이동식 침대에 옮긴 다음 산부인과 분만실이 있는 9층으로 데리고 갔다. 이 때는 남편도 함께 이동했다.
분만실 안쪽부터는 남편이 함께 갈 수 없다.
남편과 손을 잡고 “잘 하고 와!”라고 인사 한 다음 나는 직원의 손에 이끌려 분만 대기실로 이동했다.
이 대기실은 다인실 병실 안 한 켠인 듯 하다. 내 침대를 두고 커튼을 쳐서 지금이 몇 시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시간과 고독의 방..ㅎㅎ
한 30분 쯤 대기했나. 직원이 나를 수술방으로 옮겨주었다. 드디어 내 차례인가보다.
박인양 교수님과 인사를 한 뒤 수술실에 있는 다른 침대로 셀프로 몸을 옮겨 눕자, 의료진이 내 등 쪽에 있는 수술복 리본을 풀고 허리를 새우처럼 굽혀보라고 했다.
허리 부위가 넓게 확보되어야 하반신 마취가 잘 된단다.
마취과 의사가 차가운 소독약으로 소독을 다섯 번 정도 하더니 내 척추를 꼭꼭 눌러서 주사 놓을 부위를 찾았다.
이후 “뻐근할 거예요”라고 얘기한 다음 주사를 놓음!
주사의 불편함은 10 중 4 정도. 아프다기보다 뻐근한 통증만 수 초간 있었다.
마취과 의사는 “자, 이제 주사 약이 들어갈 거예요.”라고 얘기를 했는데,
주사 약이 들어가면서 다리가 뜨끈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추가적인 통증은 없었다.
“아파요?”
“아뇨.”
“만지는 느낌이 있어요?”
” 조금 있는데 아프지는 않네요.”
박교수님의 질문에 대답하자 마취과 의사가
“교수님이 심하게 꼬집으셨는데 잘 느껴지지 않으시니 괜찮아요. 이미 교수님은 수술 시작하셨어요.”
라고 했다.
내가 발에 아직 감각이 남아있다며 걱정했더니 원래 운동신경이 가장 마지막에 마취가 되기 때문에 지금 발 쪽 움직임을 느끼시는 건 정상이란다.
그 이후 배를 가르는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첫째 때 수술과는 달리 무언가를 내 뱃 속이 심하게 당기는 느낌이 비교적 생생하게 느껴졌고.. 내 배와 상체도 여러번 엄청 크게 흔들렸다.
아기가 나오는 시점에는 교수님이 “힘이 좀 필요하겠는데.”라고 읊조리시더니 내 상체가 침대에서 들릴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다. 간호사들도 내 배를 꾹꾹 눌렀고.
첫째 때와 달리 간호사가 출생선고를 하지 않아서 아기가 태어났는지 안 태어났는지도 잘 몰랐는데..
간호사들이 “여아입니다. 2900g입니다.”라고 말하자 이내 아기 우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 그제서야 내 아기가 잘 태어난 걸 알게 됐다.
나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 때의 감동은 정말..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 내 아기가 우는 소리가 짧고 굵어 나도 모르게 킥킥대고 웃었다. 교수님께 “원래 아기들이 이렇게도 우나요?” 했더니 교수님이 “잘 우는 편이에요.”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태반을 꺼낼 때도 마취과 의사가 “한 번 더 불편해요.”라고 하더니 내 배에서 무언가가 우다닥 뜯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프거나 불쾌한 느낌은 이 때가 끝.
옆으로 슬쩍 보니 내 배에서 갓 분리된 아기가 단풍잎같은 작은 손을 쫙 펴서 바르르 떨며 앙앙 울어대고 있었다.
간호사가 태지를 닦아 포대기에 싼 후 내 왼쪽 팔에 안겨주었고,
나는 “안녕 아가야, 엄마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기다렸어.“라고 속삭였다.
간호사가 “볼 만져보셔도 돼요!” 라고 해서 아기의 볼도 만져봤는데, 그동안 아기는 아주 얌전히, 조용히 내 품에 안겨있었다.
출산 후 수면마취
아기가 다시 원래 자리로 간 후 수술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할 때 마취과 의사가 나에게 “후처치가 30분 정도 남았는데 재워드릴까요?”라고 물었다.
첫째 때도 재워달라고 했으나 마취가 잘 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수면마취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재워달라고 했다.
어차피 아기 얼굴도 봤고 아기는 바구니에 실려 아빠에게 나갔으니 나는 이제 자도 된다..!
마취약에 스르르 잠이 들었고 깨보니 회복실이었다. 이 곳에서 20분 정도 더 있다가 병실로 옮겨갔는데, 문제는 가슴팍이 너무너무 간지러웠다. 못 참을 정도로.
회복실을 찾은 박 교수님께 여쭤봤더니 펜타닐의 영향으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셨고, 수술도 잘 되었다고 하셨다. 하반신 마취는 4~8시간 정도 유지될 거란다.
이제 오후 3시에 모래주머니를 제거할 수 있고,
저녁 6시가 지나야 물을 마실 수 있고,
수술 시간으로부터 12시간이 지나야 머리를 들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누워서 머리를 들면 안됨, 베개도 안됨!
- 수술 시간은 대기시간/회복시간 포함 총 1~1.5시간 소요됨
- 척추 마취는 그닥 아프지 않음
- 아기 꺼낼 때, 태반 꺼낼 때 불편함(배에서 뜯어내는 느낌)
- 수술 후 간지러움 등이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음
- 저녁 6시부터 물 마시기 가능, 수술시간 12시간 후부터 누워서 머리 들기 가능

다시 병실로 돌아와 머리를 못 들고 1자로 누워있는 상태로 책만 봄.
침대에 누워서 따분하게 시간 보내느라 정말 힘들었다.. 휴.
내 뱃 속에서 쭉 자라다 수술 때 갓 분리된 아기의 얼굴이 너무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었는데,
남편이 찍은 동영상으로 얼굴을 상세히 보니 첫째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갑자기 빨리 회복해서 아기 면회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힘이 남!
이번에도 포스팅이 길어져서 수술 이후 회복 포스팅은 다음 글에 이어 기록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