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프렌치레스토랑 터줏대감 라브리 솔직 방문기
광화문에서 직장을 다닐 때 자주 갔던 곳 라브리.
당시에는 파인다이닝이 지금처럼 유행이지 않았지만,
라브리는 워낙 분위기도 음식도 괜찮은 곳이라
격식있는 미팅이 필요할 때나 분위기가 중요한 데이트를 할 때는 이 곳부터 찾았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방문한 라브리는 예전의 그 때와 비슷한 듯 달랐고
나는 사알짝 재방문 의사를 접었다.
광화문 라브리
교보문고 건물 2층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라브리는 광화문 3번 출구 쪽 교보문고 건물 2층에 위치해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라브리 표시가 보인다.
이 표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라브리 입구에 닿는다.
광화문이 넓어도 교보문고 건물은 눈에 딱 띄는 상징적인 건물이기 때문에 음식점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자리마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식기들. 접시, 포크, 칼, 디저트 스푼까지 교과서에서 본 프렌치 배열 그대로다.
이 배열이 주는 안정감이 있는 듯!
프렌치 런치 3코스 / 인당 9만원 대
예전과 메뉴 구성이 조금 달라진 듯 하다. 지금은 런치에 3코스만 운영을 하며, 원한다면 추가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고 한다.
별로 선택할 사항도 없고 추가 주문하기엔 양이 많을 것 같아 우리는 런치 3코스만 주문했다.
가장 먼저 따뜻한 빵 2종이 나왔다. 테이블마다 이미 깔려있던 버터를 발라 빵을 먹으니 나도 모르게 입맛이 돌았다. 빵이 따뜻하고 식감도 촉촉해서 더없이 좋았다.
다음으로는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특이하게도 4~5종의 음식이 한 접시에 올라와있다.
직원 분이 애피타이저 양이 꽤 될거라고 설명해주셨었는데, 받아보니 정말 양이 많았다.
단순히 애피타이저 한 접시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3-4개 별개 플레이트로 서빙되어도 문제없을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충분했으니까.
중간에 있는 샐러드, 새우,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말이, 포테이토까지..
언뜻 다른 블로그에서 왜 이 맛있고 예쁜 음식들을 한 접시에 몰아주냐는 평을 봤는데
받아보니 이해가 되더라. 정말 왜 그랬을까.
이건 별도로 서비스하는 게 먹는 사람 입장에서도 훨씬 나을 것 같다.
그만큼 플레이트에 올라온 모든 메뉴가 맛있고 특색이 있었다는 이야기!
애피타이저 후에는 작은 그릇에 단호박 스프도 나왔다.
위에는 크루통 몇 조각도 올라가있어 전형적인 프렌치 식전 스프같다.
이것도 맛은 담백하니 괜찮았다.
본 메뉴는 내가 주문한 스테이크와 랍스터.
고기도 랍스터도 굽기, 식감, 시즈닝 모두 완벽했다.
토마토, 버섯도 고기와 곁들여먹기 딱 좋았고!
본 식사를 다 마치자 직원 분이 차와 디저트를 내 오셨다.
차는 커피를 골랐는데, 주시는 디저트와 맛이 참 잘 어울렸다.
디저트는 브라우니, 무화과 등이었고 나는 무화과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 브라우니만 커피와 함께 먹었다.
이렇게 배부르게 식사하고 낸 금액은 9만원 정도.
솔직히 코스마다 메뉴 퀄리티가 좋았고 맛도 있었다.
양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짝 아쉬웠던 건..
라브리의 코스 구성이나 플레이팅, 분위기가 살짝 올드했다.
이건 라브리가 촌스러워졌다는 뜻이 아니고,
파인다이닝이 유행을 타면서 이 가격에 이보다 더 혁신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내는 레스토랑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솔직히 서래마을, 청담 등에서 10만원 정도의 프렌치 런치코스를 찾으면
이보다 더 세련된(?) 음식점을 많이 갈 수 있다.
외식 문화가 엄청 빠르게 변하는데도 그대로인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
예전에는 이 곳에서 먹는 코스요리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데
오랜만에 와보니 다른 곳들과 딱 비교가 되더라.
애피타이저를 한 그릇에 내는 것도 약간 애매했고, 디저트 플레이팅도 뭐랄까..살짝 촌스러웠다.
잘 먹었고, 재방문의사는.. 별로 없다.
이제 떠나보내줄 때가 된 것 같다. 안녕, 광화문 터줏대감이었던 라브리!
*조용한 룸에서 소곤소곤 담소 나누며 식사하기에는 그래도 라브리가 좋다.
**접근성도 괜찮고 음식 자체는 무난하다.